지금 조건불리지역직불금 공부하고 있는데요 그게 뭐냐면 농사 짓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농민들에 보조금 나가는 겁니다. 지침에 보면 "운영위원회는 조건불리지역 직접지불사업신청서와 마을발전계획서를 작성하여 읍면장에게 제출하고, 읍면장은 시장에게 제출"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해할 필요는 없구요 여기서 중요한 건 담당자라는 말은 없다는 겁니다. 공무원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입니다. 담당자는 시장이나 면장의 이름으로 일을 처리하지요. 그러니까 이 일에는 "저"의 영혼이 없어요. "나는 꼽사리다" 1월 18일 편이라고 기억하는데요 삼성에 대해 다룬 내용이에요. 거기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분을 추모하며 이런 말이 나와요. 당신이 만든 반도체에 당신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삼성의 로고가 새겨진다구요. 가슴이 아팠는데 어찌 저의 노고가 그분들의 노고에 버금가겠냐마는 중요한 것은 그분의 생산물은 삼성이 만든 거고 제 일은 시장이나 면장이 하는 거라는 겁니다. 이런 일들에는 개인의 영혼이나 자유가 없어요. 누구는 쇠밥그릇이다 뭐다 하지만 정말 지치는 요즘입니다. 업무가 너무 많아 일어나는 일시적인 감정이었으면 좋겠는데요 공무원 시작할 때부터 계속 드는 생각이고 가끔 보람차다는 생각을 하기는 해요. 언제나 제가 주장하는 것은 "주체"는 살아있어야 한다는 거거든요. 살아있는 주체만이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어요. 그것이 적색순교건 백색순교건간에요. 그런데 이 일은 저의 주체를 계속 없앤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의 위대한 점은 우리의 불충족된 욕구가 우리 안에서 소멸되지 않고 배설의 장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입니다. 자유롭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이 되지 않고 자꾸 쌓여가니 이것이 썩어 "죄"라는 배설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년 실업으로 누구는 88만원 받고 연애/결혼/출산을 포기는 이 시점에 저만 살자고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것도 미안하구요. 그런데 공무원 그만두겠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리니깐 평소 존경해온 아버지께서 돈이 얼마나 소중한데 라고 하시며 절대 못그만두게 하네요. 이 건 가족들의 의견이기도 하구요. 공간이 있어요. 그 공간은 좁고 몸에 맞지 않아요. 그런데 그 공간에 "나"를 맞추려면 저의 살을 도려내야 하거든요. 공무원 일은 그 꼴이에요. 그래서 하는 말이 "공무원 못해먹겠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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